연말연시를 앞두고 서울시 중구에 자리 잡고 있는 신세계백화점 본점이 소셜 미디어의 성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최근 한 국내 언론매체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지난 11월부터 ‘매지컬 홀리데이(Magical Holiday)’라는 테마의 미디어 파사드를 공연하고 있다고 한다.
미디어 파사드는 건물의 외벽에 LED 조명을 비춰 영상을 나타내는 조명 연출 기술이다. 요즘 신세계백화점이 보여주는 미디어 파사드 영상은 길이가 3분 가량되는 영상으로 저글링 하는 마술사와 서커스, 코끼리, 크리스마스 장식품 등을 보여준다.
이런 미디어 파사드를 위해 신세계백화점은 대형 광고판을 떼어내고 건물의 외관에 140만개에 이르는 LED칩을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신세계백화점의 미디어 파사드는 화려한 연출이 입소문으로 알려지면서 백화점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으려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LED 조명은 시간이 갈수록 국민들의 일상생활 속으로 더 가까이, 더 폭넓게, 더 빠르게 확산되는 중이다. 이런 현상은 LED 조명이 몰고온 긍정적인 변화임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이런 LED 조명의 확산 추세를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이 마냥 편하고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LED 조명이 국민들의 관심을 모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면(裏面)에는 국내 LED 조명 분야의 어두운 모습이 감춰져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우리 사회의 어느 곳에서나 발견되는 각종 LED 제품들은 과연 누가 어디서 만들어 판 것일까? 다양한 LED 제품에 사용된 LED 소자와 부품들은 또 어느 나라에서 만든 것들일까? 저렇게 많은 LED 제품 가운데 한국에서 소자와 부품, 완제품까지 다 만든 제품은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무래도 부정적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LED 칩에서 완성품에 이르기까지 한국에서 생산된 제품은 거의 없다는 것이 조명 및 LED 분야 관계자들의 보편적인 의견이다.
중국산 LED 소자와 부품을 들여와서 아르바이트 인력을 동원해 조립해 만든 제품들이 수도 없이 많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이것은 국내 LED 조명이나 LED 산업이 겉보기와는 달리 제조업이 아니라 부품조립업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국내에서 LED 조명이 많이 사용되면 될수록 진짜 이익을 보는 것은 중국 업체들이라는 말이다.
이런 상황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조명업계 일각에서는 “중국산 부품과 완성품의 수입을 줄이고 국내에서 제조한 LED 소자와 부품을 사용해 ‘메이드 인 코리아 LED 조명 제품'을 하나라도 더 만들자”는 목소리도 나오긴 했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을 보면 그런 얘기도 한때 해보는 소리에 불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올해는 2008년 노무현 정부 말기에 당시 산업자원부에서 ‘LED조명 발전 전략’을 내놓은 지 만 13년이 되는 해이다. 당시 산자부 관계자들은 ‘10년 안에 한국을 LED조명 강국(强國)으로 만들겠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그 후의 전개과정을 되짚어 보면 그 말이야 말로 제조 중심의 한국 조명산업이 내리막으로 향해 나가는 시발점을 알리는 나팔소리와 같은 것이 아니었나 싶다. 이처럼 잘못 시작된 산업정책이 몰고온 결과는 한 마디로 처참하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