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장복 ·국제디자인교류재단 단장 © 한국건축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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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직진과 반사, 굴절 그리고 간섭과 회절이란 속성을 가진 반물질 (反物質) 상태에 매질(媒質)이다.
빛의 존재는 그림자가 있어 그 가치가 매우 흥미롭고 다채로운 변화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림자는 광원의 방향이나 크기 밝기의 강도 등에 따라 사물에 영향을 준다.
물체의 가장자리를 통과할 때 빛은 회절(回折)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림자 쪽으로 약간 밝은 부분이 생긴다. 회절를 통해서 밝게 생긴 그림자를 반(半)그림자라고 하고, 빛이 전혀 닿지 않는 부분을 본(本) 그림자라고 한다.
우리는 대부분 어릴 적에 해본 그림자놀이에 대한 추억이 있다. 그리고 자라면서 우리 주변에 항상 보이는 그림자의 존재를 무심코 지나치기도 했다.
빛은 이렇게 우리에게 긍정적인 사고로 인식된다. 반면에 그림자는 부정적인 것을 상징하는 존재가 돼 있다.
밝은 것은 좋은 것으로 희망과 기대감을 의미한다면 그림자는 어둠, 절망, 외로움, 우울 등을 나타내는 요소로 받아들여진다. 이처럼 빛과 그림자는 그 가치도 극과 극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빛에 그림자가 없다면 그 가치가 높아 질 수 있을까?
특히 조명 연출에 있어서 그림자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도시의 야간 경관에 꼭 필요한 인공조명을 화장(化粧)으로 표현한다면 피사체는 사람의 얼굴에 대비되곤 한다. 이때 피사체의 요철 즉 형상과 모양에 따라 조명의 효과가 강조되는 것이 사실이다.
유럽의 고건축물(古建築物)이나 교각 등이 빛으로 인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오로지 빛만 있기 때문이 아니다. 피사체에 투영되는 빛과 그림자가 함께 있기 때문에 아름답고 흥미롭게 보이는 것이다.
이처럼 그림자는 우리 시각에 느낌을 부여하는 ‘상상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즉, 그림자는 물체의 입체감과 무게감 등을 시각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우리가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을 때 그림자가 없다면 그 느낌이 어떠할 것인가? 빛의 방향도 느낄 수 없고, 크기도 알 수 없으며, 보여지는 물체에는 재미가 없고 무미건조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그림자를 ‘빛의 또 다른 존재’라고 생각한다. 연출 조명의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여러 가지 고전적인 연출 조명 방식은 바로 “그림자를 어떻게 이용하는가에 따라 그 이미지나 사물이 다르게 연출 표현되며, 이런 특성을 이용하면 그 응용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최근에는 빛에 색을 이용하는 상업 조명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색(色)이 주는 빛의 표현과 그림자가 주는 느낌은 그 자체가 정서적, 심리적으로 다르다고 생각된다.
요즘 사람들도 컬러 사진을 좋아하고 선호한다. 그렇지만 흑백사진에는 흑백사진만의 기품이 있는 것이다. 연출조명도 이와 같다. 그림자를 이용한 도시의 조명계획은 ‘품격’이 새롭게 느껴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요즘 모든 사람들은 과학적 접근을 통해서 빛과 그림자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본다. 그렇지만 그림자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다양하고 흥미로운 모습에는 쉽게 느낄 수 없는 매력이 있다. 그 매력적인 그림자의 모습을 통해 우리들은 피사체에 대한 새로운 시각적 평가를 하고 심리적인 안정을 추구 하는 것이다.
아침의 신선했던 빛은 낮에는 따뜻하고 포근하며 때로는 강렬한 빛으로 보인다. 또 저녁의 일몰은 젊은 사람들이 사랑을 노래할 수 있는 낭만을 연출하기도 한다.
인종과 색상, 수많은 언어와 표현의 영역을 초월해서 소통하며 우리의 도시 환경을 드라마틱하게 연출시켜주는 빛과 그림자는 우리 인간에게는 참으로 소중한 자원이다.
/손장복 ·국제디자인교류재단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