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 밀라노국제조명전시회’에 출품된 조명기구들.(사진제공=밀라노국제조명전시회)     © 한국건축신문

2020년은 2000년대의 3번째 10년이 시작되는 해이다. 그런 만큼 2020년 1월 1일부터 2019년 12월 31일에 이르는 10년 동안 어떤 조명의 시대가 열릴 것인지에 대해 건축, 인테리어, 전기, 조명, 조경, 도시경관, 공공디자인 분야 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분야들은 사실 서로 밀접하게 연관이 돼 있을 뿐만 아니라, 공간과 환경을 설계하고 구체화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영역이나 마찬가지인 까닭이다. 특히 이 분야들에서는 ‘조명’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10년 동안에는 어떤 조명이 시대와 사회를 이끌어 가게 될까? 사실 2020년대 전개될 ‘미래의 조명’ 트렌드에 대한 힌트는 이미 나와 있는 상태다. 그 ‘힌트’를 제공한 것은 지난해 4월에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최된 ‘2019 밀라노국제조명전시회(EUROLUCE 2019)'이다.

이 전시회에서는 1997년에 일본의 니치아화학공업주식회사의 연구원이었던 나카무라 슈지 박사가 백색LED를 만드는 방법을 발명한 이후 20년 넘게 지속돼 왔던 ‘백색LED조명시대’의 트렌드와는 사뭇 결이 다른 6개의 새로운 흐름이 등장했다. 이 새로운 흐름이 앞으로 10년 동안 세계의 조명을 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밀라노국제조명전시회’가 주택이나 인테리어 분야의 조명기구 디자인을 선도하는 전시회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런 예상은 사실로 드러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시장에서 열렸다. 

◆올해 ‘밀라노조명전시회’에 나타난 6가지 트렌드
올해 전시회를 통해서 나타난 트렌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장식조명과 건축조명 간의 구별이 거의 보이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조명이 어떤 장소에 사용되었느냐 하는 것보다 그 공간의 환경을 어떻게 높은 품질로 만들었느냐 하는 데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는, 조명을 어둠을 비추는 원래의 용도로만 사용하지 않게 됐다는 사실이다. 그보다는 공간의 분위기나 느낌, 감성의 창출, 또는 상징성과 의미를 은유적으로 나타내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조명을 활용하려는 경향이 좀 더 뚜렷해졌다. 이것은 조명이 오랜 동안 종사했던 기능과 사실의 영역을 넘어 감정과 심리, 느낌을 연출하는 공감각적인 영역으로 나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셋째는, ‘과거 재발견’이다. 예를 들어 Tato는 1963년 Azucena를 위해 Ignazio Gardella가 디자인 한 Arenzano a Tre Fiamme 램프와 같은 컬트 오브젝트를 다시 보여주었다. 또한 Santa & Cole는 1972년 Andre Ricard가 디자인한 Tatu 잠망경 테이블 램프를 다시 소개했다.

넷째는, 자연주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트렌드이다. 이런 자연주의는 과거에도 존재했다. 그러나 자연의 개념이 한결 확장되었으며, 자연주의를 조명으로 연출하는 기법이 한층 발전했다는 점에서 과거의 자연주의와는 다르다.

예를 들면, Marcel Wanders는 Baronier & Toso의 Adonis가 이미 선보였던 Murano 유리 샹들리에의 고전적인 구조 위에 나비와 꽃이 만발한 튤립을 그렸다. 한편 Cristina Celestino는 싹 트는 새싹에서 영감을 받아 두 개의 새로운 램프(Oppio 및 Lilly)를 만들었다.

다섯째, 조명을 이용해서 공간에 설치된 빛의 품질을 높이고, 편안함을 높이려는 시도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그동안 조명은 얼마나 적은 전기 에너지로 얼마나 밝은 빛을 공간에 공급할 수 있는가 하는 데 집중해 왔다. LED조명의 등장 역시 이런 노력의 방법으로 LED라는 광원을 선택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조명의 가치를 비용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전환하는 경향이 나타난 이후 인간의 몸과 정신, 심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조명이 더욱 높은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아울러 안전함, 편안함, 쾌적함, 즐거움, 행복감은 요즘 조명이 당연히 추구해야 할 가치가 되었다.

그런 예로는 Martinelli Luce의 Massimo Farinatti 's Hush에 Caimi Brevetti에서 제공한 일체형 방음 패널을 추가해서 빛의 품질과 함께 편안함을 향상시킨 사례를 들 수 있다.

여섯째, 조명의 과학화이다. 예를 들어서 조명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쾌글레어 평가지수(UGR, UGI) 같은 요소들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개념이 점점 더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추세에 따라서 빛을 시야에 노출시키는 조명기구보다는 광원을 한 번 걸러주는 조명기구가 보편화되는 추세이다.

◆‘사람과 감성을 생각하는 조명’이 뜬다
LED조명이 등장한 이래 주택조명을 포함한 인테리어용 조명기구의 디자인은 갈수록 단순화되는 추세를 보여 왔다. 이런 인테리어용 조명기구 디자인의 단순화 현상은 어느 정도 조명기구 디자인의 퇴보를 가져왔던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경향은 서서히 변하고 있다. 사람은 눈으로 본 것을 믿고, 즐기고, 사랑하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조명기구도 극도로 단순한 것보다는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여지를 지닌 것을 사람들을 갈망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올해 ‘밀라노국제조명전시회’에 자연주의와 복고풍 트렌드가 나타난 것도 이런 흐름과 결코 무관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글 : 김중배. 발행인 겸 편집인. 조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