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중배. 한국조명신문 발행인 겸 편집인. 조명평론가. ©한국건축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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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나 고고학자들은 지금 지구에서 살아가는 우리와 같은 사람들을 ‘현생인류(現生人類)’라고 부릅니다. ‘현생인류’란 ‘현재 지구에서 살고 있는 인류’라는 뜻이지요.
그렇다면 ‘현생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한 것은 언제 어디였으며, 어떻게 해서 지구 전체로 퍼지게 됐을까요? 현생인류 최대의 이 미스터리가 최근에 악셀 팀머만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장(부산대 석좌교수)과 이순선 연구위원팀에 의해서 밝혀졌다고 합니다.
지난해 12월 세계적인 과학잡지인 ‘네이처’를 통해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현생인류(호모사피엔스)는 약 20만 년 전 지금의 아프리카 남부 보츠와나 북부에서 처음 태어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약 13만 년 전 갑자기 발생한 기후변화 때문에 2개의 무리로 나누어 아프리카 안에 만들어진 넓은 초원지대를 지나서 북서쪽 및 남동쪽으로 각각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 중 남동쪽으로 이동한 무리는 아프리카에 남고, 북서쪽으로 이동한 무리 중 일부가 이동을 계속해서 마침내 전 세계 다른 대륙으로까지 퍼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최초의 현생인류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게 된 계기를 제공한 갑작스러운 기후변화는 2만 1000년에 한 번씩 일어나는 지구 자전축의 변화였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합니다.
참고로 현생인류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문명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일어난 수메르 문명으로 알려졌습니다. 수메르는 기원전 3200년경부터 도시 국가를 형성했으며, 설형문자를 이용해서 문서를 만들고 이 문서를 보관할 도서관도 세웠다고 합니다.
이렇게 20만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처음 등장한 뒤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약 3200년 전부터 문명을 세우기 시작한 현생인류는 발전을 거듭해서 지금 우리가 보는 것과 같이 놀라운 과학 문명을 건설했습니다.
실제로 우리 현생인류는 가혹한 자연환경을 극복하고 찬란한 문명을 창조했으며, 수렵과 채집에 의존해서 목숨을 연명하던 상태에서 벗어나 농사를 짓고 목축과 고기잡이를 하면서 사람들이 배고프지 않게 살 수 있는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도시와 국가를 건설해 사람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했고, 법과 도덕, 윤리와 질서를 창안해서 인류가 안전하고 안정된 세상에서 각자 타고난 재능을 바탕으로 삼아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최고 수준으로 연마해 생업(生業)에 종사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었습니다.
또한 수많은 시간과 노력, 연구와 발명을 통해서 페스트(흑사병)와 천연두, 폐결핵처럼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을 퇴치해서 사람들의 수명을 지금처럼 100년 가깝게 늘리기도 했습니다.
현생인류가 그동안 이룩한 과학 문명, 현대 문명을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인간의 능력과 지혜는 무궁무진하고, 인간에게는 불가능이란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20만년에 이르는 인류 문명을 위협하는 ‘코로나19’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생인류는 지금 인류의 역사상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정체불명의 전염병인 ‘코로나19’ 때문에 하루하루를 ‘죽음의 공포’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중국 허베이성의 성도(省都)인 우한시에서 처음으로 환자가 발견된 ‘코로나19’는 불과 5개월 만에 중국에서 홍콩, 대만, 한국, 일본, 호주, 중동, 유럽, 미국을 거쳐 지금은 남미와 아프리카로까지 확산됐습니다. 5월 29일 오후 3시 40분 기준으로 세계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국가는 219개국, 확진자는 587만 2626명, 사망자는 36만2072명이나 됩니다. 치사율은 6%가 넘습니다.
물론 현생인류가 이런 거대한 전염병 때문에 큰 고통을 겪고 엄청난 인명 피해를 보았던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20세기 초기, 그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인 1918년과 1919년 사이에 전 세계를 휩쓴 ‘스페인독감’으로 인해 약 5000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100년 전에 ‘스페인독감’으로 5000만명이 죽었다는 사실을 기록을 통해서 보는 것과 지금 우리의 눈앞에서 36만명이 넘는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말 그대로 ‘차원이 다른 일’입니다. 그만큼 피부에 와 닿는 공포감이 크고, 우리가 입는 ‘마음의 상처’는 더 깊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가 몰고 온 피해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가장 큰 피해는 ‘코로나19’가 이 세상 전체를 순식간에 정지시켰다는 것입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와 사망자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져 나오자 각 국가의 정부들이 도시를 봉쇄하고, 국민들을 집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던 식당과 상가를 비롯한 사회의 모든 시설들이 동시에 찾아오는 사람이 없는 ‘고객 절벽’ 상태에 들어갔습니다.
◆용기를 갖고 생활에 충실한 것이 ‘코로나19’를 이기는 길
그러자 매출이 제로 수준으로 떨어진 상점과 기업들이 종업원들을 임시 휴직이나 권고사직, 해고시키는 바람에 나라마다 수없이 많은 실업자들이 넘쳐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서도 버티지 못하게 된 업체들은 휴업이나 폐업, 도산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고, 전 세계가 동시에 멈춰서고, 실업자와 문을 닫는 기업들이 쏟아져 나온 적은 현생인류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합니다.
게다가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괴질(怪疾)을 예방할 수 있는 ‘예방 백신’이나 병에 걸린 환자를 치료할 ‘치료제’마저 없는 실정입니다.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는 이제 막 개발에 들어간 단계에 불과하고, 언제 개발이 완료돼 세상에 나올 것인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최근에 ‘세계보건기구(WHO)’의 고위급 관계자가 “‘코로나19’는 잡히지 않고 영원히 인류와 함께 살아가게 될 것”이라면서 ‘엔데믹 시대’가 올 것이라고 선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만일 ‘세계보건기구’ 관계자가 예언한 것과 같이 이미 이 세상이 ‘엔데믹 시대’에 들어섰다면 앞으로 이 세상 사람들이나 기업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까요? 사람들은 “코로나19에 감염이 돼서 죽는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는 상황에 절망하고 체념한 채 하루하루를 살게 될 것이고, 시간이 갈수록 문을 닫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입니다. 그런 와중에도 어떤 기업들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돈을 벌어 대기업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시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길은 “코로나19를 퇴치할 예방 백신과 치료제가 언제인가는 개발될 것이라는 사실을 믿고, 코로나19의 공포를 극복하고, 하루하루의 생활과 사업에 충실한 것” 이외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결국 낙관적인 자세와 희망, 용기, 하루하루에 충실한 삶만이 ‘코로나19’를 이기는 길이라는 뜻이지요.
물론 국내의 조명업체와 조명인들 역시 ‘코로나19’로 커다란 고통과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조명 기업들과 조명인 여러분께서 오늘부터 시작되는 6월을 맞아 지난 몇 달 동안 이어온 ‘집콕 생활’과 ‘개점휴업’ 상태의 사업에서 벗어나 보다 활발하게 생활과 사업을 펼쳐나가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코로나19’가 횡행하는 현실과 상황은 우리의 힘만으로는 지금 당장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하루하루를 힘차게 살아가는 것은 우리 모두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글 : 김중배. 한국조명신문 발행인 겸 편집인. 조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