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TRI가 개발한 광(光)투과도 조절이 가능한 고분자 투명필름과 고분자 용액.(사진제공=ETRI) © 한국건축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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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투명한 비닐과 같은 필름을 자유롭게 잡아당겨 빛을 100% 차단할 수 있는 원천 소재를 개발했다. 빛의 투과량을 쉽게 조절할 수 있으면서 신축성이 좋아 웨어러블 기기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스마트 창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광(光) 투과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고분자 투명필름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본 기술은 지난달 말 영국왕립화학회 (RSC)가 발행하는 학술지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기존 스마트 창의 경우, 유리 또는 투명한 필름 내 광 투과도를 조절하는 물질을 사용한다. 디스플레이의 경우에도 빛의 양을 조절하기 위해서 필름 또는 광량 조절 층에 액정(Liquid crystal), 기능성 나노입자 등을 분산시켜야 한다.
ETRI 연구진은 광량 조절물질이나 입자 등을 넣지 않고 팽창·수축이 가능하면서 빛의 투과율을 최대 100%까지 차단할 수 있는 필름을 개발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순수 고분자 투명필름은 고분자 용액을 빛으로 굳히는 광경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고분자 용액에 포함된 고분자와 용매는 빛을 통해 화학적으로 결합된다.
연구진은 빛을 통해 반응하는 고분자 물질과 용매 간 관계성을 규명, 고분자를 나노입자 크기로 만들어 자연 분산시키는 최적의 함량비율을 찾아냈다. 필름에서 발생하는 투명도 변화는 이 비율 덕분이다. 이로써 인공적인 광량 조절 없이도 빛의 차단이 가능한 고분자 용액 개발에 성공해 본 기술을 구현할 수 있었다.
고분자 필름을 잡아당길 때 생기는 고분자 사이의 공간, 즉 기공에 따른 빛의 굴절률 변화가 이번 성과의 핵심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즉, 통과하는 빛의 양이 줄어들면서 투명필름이 불투명하게 보인다.
연구진의 고분자 필름은 신축성이 좋아 상하좌우로 늘렸을 때 바로 복원되지만, 기존 순수 고분자 필름은 기공이 생기면 탄력적 복원이 불가능하다. 연구진은 처음으로 완전 고분자 필름에서 이를 구현했다. 기존 광량 조절 방식을 혁신할 수 있는 획기적인 원천 소재 확보에 성공한 셈이다.
ETRI 연구진이 개발한 필름은 5cm x 5cm 크기로 가시광선 파장별로 길이를 약 15~30%만 늘려도 빛을 100% 차단한다. 기존 유사한 성능의 필름 대비 수백 배 개선된 성능이다.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단순 기계적 자극만으로 광도 조절이 가능한 점도 획기적이다.
아울러 본 기술은 국내 고분자 필름 제조업체의 일반 제조공정과 동일해 기존 장비로도 쉽게 제조할 수 있다. 광 투과도 제어를 위한 별도의 나노입자 분산 절차가 생략됨과 동시에 대면적화도 쉬워 상용화에 유리하다.
특히, 본 소재의 특징인 광 투과율, 반사율 등을 이용하면 사물의 동적 움직임 파악도 할 수 있다. 실제, 손가락을 구부리면 부착된 필름이 늘어나 불투명해져 동작을 감지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KAIST와 함께 동작센서 응용과 관련 실증을 수행했다.
ETRI 신형철 휴먼증강연구실장은“본 성과는 필름 제조가 쉽고, 필름을 잡아당기는 정도에 따라 쉽게 제어가 가능하다. 향후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되면 구역별 촉감을 다르게 해 시·촉각 정보를 통한 정보 전달 소재로 활용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향후 연구진은 환경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카멜레온 필름을 개발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버튼만 누르면 주변 색과 같게 변해 위장복이나 의류의 색상변화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아울러 본 기술은 고분자 필름 소재 업체, 디스플레이 업체 등에 기술이전할 예정이다.
본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인간 중심의 자율지능시스템 원천기술 연구』과제의 일환으로 연구되었다. 연구진은 본 기술과 관련,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독일, 일본, 중국 등 5개국에 특허 출원했다.
/박소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