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은 한국 조명의 역사에서 가장 기억할 만한 변화가 일어난 해였다. 이 해에 한국 조명산업은 사상 최고의 수출을 달성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그 다음해인 1989년 4월 24일 서울의 코엑스(KOEX)에서 한국 조명 역사상 최초로 국제 규모의 조명전시회인 ‘서울국제조명전시회(SILIGHT)’가 개최됐다.
비록 ‘서울국제조명전시회’는 1999년에 열린 10회 전시회를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지만 이렇게 한국 조명산업에서 일어났던 ‘질적(質的)인 변화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32년 동안 계속 영향을 미쳐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한국 조명의 ‘질적인 변화’가 최근에 와서는 동력(動力)을 잃었다고 지적하는 조명업계 관계자들이 적지 않다.
사실 지난 32년 동안 한국의 조명산업은 규모 면에서는 계속 성장해 왔으나 질적인 면에서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다만 대만에 이어 ‘세계의 조명 공장’으로 떠오른 중국의 조명 제품을 수입한다던가, 중국 조명업체들에게 위탁해서 OEM으로 만든 제품들을 받아서 국내 시장에 공급하는 식으로 연명해 왔다.
더욱이 최근 3년 동안은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타격을 입은데다가 지난해에는 갑자기 등장한 ‘코로나19’ 때문에 생산과 영업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1년을 보내야 했다. 게다가 올해에는 정부가 백신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는 바람에 아무리 빨라도 올해 3분기에나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말하자면, 올해도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게 마스크 쓰기와 사회적 거리 두기에 의존해 코로나19에 대응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은 국내 조명산업과 조명업체들이 넘겨야 하는 올해 한 해가 위험과 위기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래서는 국내 조명산업과 조명업체들이 웬만해서는 견디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조명산업과 조명업체들은 이 위기를 어떻게든 버텨내야 하고, 생존과 성장, 성장을 이루기 위한 노력 역시 계속해 나가야 한다. 지금 한국 조명산업과 조명업체들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해도 좋을 만큼 절박한 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국내 조명산업과 조명업체들이 잡아나가야 할 방향은 어디일까? 그것은 최근에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제와 산업, 기업들의 트렌드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선진화와 대중화, 세계화이다. 여기에 ‘제4차산업혁명’이라는 추세에 발맞춘 디지털화와 스마트화도 요구된다.
이런 5가지 방향이야 말로 계속되는 국가 경제 침체와 코로나19시대에 한국 조명산업과 조명업체들이 생존과 성장, 성공의 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요조건인 동시에 충분조건이라고 해서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이것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시대의 변화에 대한 적응’이라고 해도 좋다.
영국의 생물학자이자 지질학자인 찰스 다윈은 그가 쓴 진화론과 관련해서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적응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다”라고 갈파했다. 즉,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누구도 살아남을 수가 없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이치라는 의미다.
이런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한국의 조명산업과 조명업체들도 선진화, 대중화, 세계화의 길로 나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지금 한국 조명과 조명업체 앞에 닥쳐온 변화의 방향이며 변화에 적응하는 길이라고 하겠다.